김진명의 고구려를 읽고..
어려서부터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매우 좋아했다. 역사를 주제로 하는 소설은 작가의 상상과 끊임없는 고찰을 통해 과거의 소실된 역사적 내용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와 관련된 책은 두 번씩 읽기도 했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가장 최근에 출판된 '바이러스 X'까지 김진명의 소설은 모두 다 보았다. 그중 가장 재미가 있었던 책은 고구려 후기를 이야기 한 '살수'였다.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을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표현한 것이 압권이었다. 그리고 내가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고구려의 미천왕 '고을불'이야기이다.
어렸을 때 역사를 좋아한 사람, 혹은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을 준비한 사람의 경우 이 글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미천왕은 대방과 낙랑을 점령하고 축출하였다..라는.
현재 낙랑군 지역이 한반도 평양 인근에 위치하는 것이냐, 아니면 한반도 밖의 요동 근처이냐는 논쟁이 있지만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미천왕은 이렇게 역사교과서에 한 줄 정도로만 표현이 될 왕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고구려소설은 고을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을불? 고을불이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가 바로 고구려의 정복군주 중 한 명이었던 '미천왕'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우리가 고구려의 정복군주가 누구냐라고 물었을 때 10명 중 9명 이상은 광개토태왕이라고 말하고, 나머지 1명은 장수왕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광개토태왕, 장수왕 이전에 미천왕이라는 정복군주가 있었다는 것을, 고구려 소설을 읽고 난 뒤 여러 사료들을 찾아보면서 알 수 있었다.
서천왕이 왕위계승을 할 때, 총명하고 성품이 좋았던 '돌고'가 아닌 첫 째인 '상부'에게 계승하면서, 둘째인 돌고의 아들, '을불'을 엄청나게 핍박하기 시작한다. 결국 도망치듯 고구려를 벗어나 낙랑에서 터를 잡고, 이름도 바꾸고, 소금장수와 머슴살이를 하며 지내게 된다.
(당시 민심은 돌고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을불'은 낙랑에서 무예총위 '양운거'의 집에 위탁하여 생활했으나, '양운거' 수제자의 질투로 인해 결국, 고구려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고구려에서도 그의 목에는 이미 현상금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신분을 숨기고 있었고, 거지와 같은 그의 몰골로 인해 그가 왕족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그가 돌아올 당시 고구려의 상황은 더욱 좋지 못했다. 봉상왕(고상부)의 폭정으로 인해, 고구려의 민심이 이미 떠나간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을불은 고구려의 동맹제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신분이 노출된 탓에 다시 낙랑으로 피신하게 된다. 그 후 낙랑에서 '주아영'이라는 반려자를 만나고 최비, 모용황과의 에피소드, 숙신에서의 이야기, 국상이었던 창조리를 통해 미천왕으로의 즉위, 낙랑과 대방을 축출하는 과정이 김진명의 이 소설에 잘 서사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끝맺는 말
그럼 왜 필자는 미천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가. 이에 대한 답을 하자면 아래와 같다.
초반, 을불이 고구려왕 즉, 봉상왕으로 부터 버림받아, 고구려를 벗어나 여러 지역을 떠돌면서 가장 미천한 신분인 소금장수, 머슴살이를 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마침내 고구려라는 거대한 나라의 왕이 되었고, 이렇게 가장 비천한 자리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이르기까지, 그 삶의 모든 서사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대부분의 왕족은 그에 맞는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지만 '미천왕 고을불'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봉상왕 때 폭정으로 인해 나라의 기강 자체가 흔들렸으나, 그랬던 나라를 강국으로 발전시킨 '미천왕이라는 정복군주도 있었다'라는 사실이 나뿐 아니라 여러 분들에게도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EBS에서 제작한 고구려 웹툰도 있으니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https://home.ebs.co.kr/goguryeo/index#this
고구려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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