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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소심한 겁쟁이? 조선 2대왕 이방과 '정종'이야기

by 포도남(포기는 빠르지만 계속 도전하는 남자)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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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이방과 '정종'의 이미지는 어떠한가요?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모습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정말 그랬을까요?

조선의 2대 왕 정종에 대해 알아보시죠.

 

이방과 (1357~1419)

 

고려 말, 무신이었던 이성계의 2남으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전장을 누빈 장수였습니다.

 

<고려사 권 105> 왜구 20척이 해주를 침입하였을 때, 창왕은 우리 공정왕(이방과)과 유민수를 보내어 방어하게 하고 활과 화살을 하사 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고려사 기록을 보았을 때, 당시 왕에게 신임을 받던 무장이었던 것이죠.

 

아버지 이성계가 고려 말,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왕조를 세우는 일에는 크게 동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게다가 아버지와 함께 조선을 건국하려 했던 정도전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방향성이 결정되면 크게 반대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행동을 합니다.

 

<정종실록 1권> 타고난 자질이 온화하고 인자하고 공손하고 공경하며, 용맹과 지략이 남보다 뛰어났다.(중략) 고려에 벼슬하여 관직을 거듭해서 정상에 이르렀고, 항상 태조를 따라 출정하여 공을 세웠다. 실록을 보면 호방하며 의리 있는 무인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 '이방과'

 

정종 (재위 1398~1400)

드라마 속 '정종'

조선이 건국되고 6년 뒤, 1차 왕자의 난이 발발하게 됩니다. 이때 형제들, 특히 이방원이 주도한 왕자에 난에 가담하지 않고 아버지의 쾌유를 빌던 이방과였습니다. 만약 왕좌에 대한 욕심을 냈다면 당연히 이방과도 함께 참여를 하였겠지만, 전혀 관심이 없던 것으로 보입니다. 

 

<태조실록 14권> 이때 연안군(정종)이 임금을 위하여 병을 빌어 소격전에서 재계를 드리고 있었는데, 변고가 났다는 말을 듣고는 몰래 종 하나를 거느리고 줄에 매달려 성을 나와 걸어서 풍양에 이르러 김인귀의 집에 숨어 있었다.

 

1차 왕자의 난이 끝나고 본이 아니게 이방원에 의해 왕이 된 정종이었습니다. 재위 기간은 2년 2개월로 슬하에 자녀 17남, 8녀를 두고 있었으며, 재위기간인 2년 동안 본인의 자식을 세자로 책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본인도 자신의 자식을 세자로 임명하고 싶어했을 수도 있으나, 서슬 퍼런 이방원이 살아있는데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겠죠.

이후 2차 왕자의 난이 일어나고, 세자를 이방원을 왕위 계승자로 선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나요?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했으면 '왕세제'가 맞는데 '왕세자'라니요. 그 이유는 실록에 잘 나와있습니다. 

 

<정종실록 3권> "지금 나는 직접  이 아우로 아들을 삼겠다."라고 하며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으로 남게 되죠. 이후 태종이 지극정성으로 상왕인 정종을 모시게 됩니다.

 

사실 정종은 2년 남짓한 재위기간도 그렇지만 대부분 이방원의 사람들이 조정을 장악하고 있어서 자기 뜻을 펼치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요즘 말로 하면 바지사장이랑 느낌이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우리가 아는 소심한 겁쟁이 이미지가 아닌 아마도 평화주의자 아닐까요. 드라마 속 이미지는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을 강조하기 위해 더욱 유약하고 소심한 캐릭터로 묘사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격구 매니아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격구

<정종실록 1권> 내정에서 격구 하고, 다음 날도 하였다.

 

격구란 말을 타고 하는 공놀이의 일종으로 지금의 말을 타고 하는 골프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아마도 '방원아! 이 형은 권력에 관심없다'라는 것을 몸소 표현하는 듯, 하루가 멀다 하고 격구를 즐겼습니다. 이렇게 격구만 즐기는 정종을 보며, 이방원은 안심하지 않았을까요? '음.. 형님이 권력의 욕심이 없군' 하면서 말이죠.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이 되어서도 매일같이 격구를 즐기는 것을 계속하였는데요. 격구를 많이한 덕으로 오래오래 살아 환갑을 넘겨, 향년 62세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아마도 조선 왕 중에 가장 편한 노후를 보낸 임금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아마도 정종은 처세의 왕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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